1976년 서울 UFO 격추 미수 사건 따져보기

서론

1976년 10월 14일 저녁, 서울 상공에 미확인 발광체가 나타나 수도권 방공포대가 대공포를 발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유탄이나 도탄에 민간인 1명이 죽고 최대 31명이 다쳤다. 당시 신문은 노스웨스트 902편 보잉 707 화물기가 비행금지구역에 잘못 들어와 생긴 오인 사격이라고 보도했고, 당시 시대 상황상 이건 사실상 정부 입장이었다.

이 설명은 정합성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첫째로 개수다. 목격자[1]들은 여러 개를 봤고 한 사람은 열두 개를 셌다. 비행기 한 대가 열두 개로 보일 수는 없다. 둘째로 항로다. NW 902편은 김포공항 32활주로에서 이륙해 한강 이남을 지나 동쪽으로 빠졌는데, 목격자들은 전부 한강 이북에 있었고 물체가 경복궁 위를 지나갔다고 말한다. 한강에서 북쪽으로 5km 넘게 떨어진 곳이다. 그리고 실제로 드러난 관제탑 비공식 교신으로는 NW 902는 한강 이남으로 비행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답은 셋째다. 높은 고도에 떠 있던 기구 열두 개가 해가 진 뒤에도 햇빛을 받아 반사한 것으로 본다. 이 가설은 목격자 증언과 그날 실제로 측정된 기상 관측 자료로 검증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답은 셋째다. 높은 고도에 떠 있던 기구 열두 개가 해가 진 뒤에도 햇빛을 받아 반사한 것으로 본다. 이 가설은 목격 증언과 그날 실제로 측정된 기상 관측 자료로 검증할 수 있다.


  1.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238회에 출연한 목격자 증언이다. 4번째 목격자는 기억이 애매한 것으로 보여 분석에서 제외했다. ↩︎


본론

목격자들의 증언과 신문기사를 종합하면 시간표는 다음과 같다.

그날의 시간표

시각일
17:301차 사격 (주간)
17:57서울의 일몰
18:00 이후전투기 이륙
18:12 ~ 18:142차 사격 (2분간)
18:383차 사격

사격은 두 번이 아니라 세 번이었다. 이 점이 뒤에서 쓰인다.

1. 대공포가 닿지 않는 고도

이 사건에서 널리 알려진 의문은 그렇게 쐈는데 왜 하나도 안 떨어졌느냐는 것이다.

당시 쓰인 20mm 대공포는 분당 수천 발을 쏘지만, 포탄이 수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대 높이는 4~5km다. 실제로 목표를 맞힐 수 있는 유효 사거리는 1.5km 남짓이다. 발사 속도를 올려도 도달 고도는 변하지 않는다. 단위 시간당 탄량이 늘 뿐이다. 물체가 5km보다 높이 있었다면 안 떨어진 것이 당연하다. 잔해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탄이 닿지 않았다.

2. 목격자 ① — 발광체와 대공포를 함께 봤다

방송 출연 첫 번째 목격자는 5시 30분경 처음으로 대공포 화포소리를 들었고 6시 10분경 서대문 금화산 중턱에서 발광체를 목격했다. 별자리 관측이 취미였다고 한다. 그의 진술은 이렇다.

  • 열두 개를 봤다
  • 같은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다
  • 서쪽 하늘에서 청와대 쪽으로 진행했다(동진했다)
  • 대공포 불빛도 같이 봤다

별을 자주 보는 사람인데도 처음엔 그게 별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겉보기 크기가 별과 구별되지 않을 만큼 작았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네 번째 항목이다. 2차 사격은 18시 12분부터 14분까지 2분간 이어졌으므로, 물체와 예광탄을 같은 장면에서 봤다면 그 시각에 물체는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각에 어느 고도까지 지구 그림자가 올라와 있었는지는 계산할 수 있다.

지구 그림자를 옆에서 보면..

햇빛은 왼쪽에서 평행하게 들어오고 지구가 그것을 가려 오른쪽으로 그림자를 만든다. 여기서 볼 것은 서울(1번)에서 하늘로 곧장 뻗은 방향(주황색 화살표)이다. 이 화살표가 그림자 경계를 통과하는 지점 아래는 어둡고 위는 아직 햇빛을 받는다.

지구가 자전해 서울이 1번에서 2번으로 이동하면 화살표는 그림자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경계까지의 거리가 늘어난다. 해가 진 직후에는 지면만 어둡고 시간이 갈수록 더 높은 곳까지 어두워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산 아래는 이미 어두운데 정상은 아직 밝은 것, 해가 진 뒤에도 높이 뜬 비행기구름이 한참 붉게 남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지구가 돌아서 서울이 더 깊은 그림자 속으로 이동했지만 서울 시민 입장에서는 그림자가 동쪽에서 점점 차오르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날 서울의 그림자 높이

시각이 높이 아래는 어둠
18:000.4 km
18:052.5 km
18:106.5 km
18:128.6 km
18:1512.4 km
18:2020.2 km

2차 사격이 시작된 18시 12분에 그림자는 8.6km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 시각에 물체가 빛나고 있었다면 물체는 그보다 위에 있었다. 여객기 순항 고도가 대략 10km이니 그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곳이다.

3. 목격자 ③ — 진행 방향과 소멸 방식

세 번째 목격자는 경복궁 서쪽 필운동에 있었다. 물체가 경복궁 위에 보였고, 대학로 쪽으로 진행했으며, 점점 흐려지면서 숫자도 줄어드는 느낌으로 멀어졌다고 말한다.

지도상 필운동에서 경복궁은 방위 77°, 대학로는 82°다. 세 지점이 거의 동서 일직선이므로 이 사람은 물체가 자기한테서 정동쪽으로 멀어지는 것을 정면에서 본 셈이다. 대열의 진행 방위는 약 80°가 된다.

숫자가 줄었다는 진술도 정보를 담고 있다. 자체 발광체라면 멀어지면서 전체가 함께 흐려질 뿐 개수가 줄지 않는다. 하나씩 사라졌다는 건 다른 기제가 작동했다는 뜻이다. 앞의 단면도에서 보듯 그림자는 지구의 동쪽 방향에서 먼저 차오르므로, 동쪽으로 이동하던 대열은 가장 동쪽 개체부터 차례로 그림자에 들어가 꺼진다.

요즘 스타링크 위성열을 보고 UFO 신고가 들어오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일렬로 늘어선 불빛이 한쪽 끝부터 하나씩 꺼진다. 원인은 동일하게 지구 그림자다.

물체는 스스로 빛나지 않았고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4. 그날의 실측 바람

여기까지는 증언과 계산이다. 그날 실제로 측정된 자료도 있다.

오산 미군기지에서는 매일 기상관측 기구를 띄워 고도별 바람을 재고 있었고, 그 기록이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남아 있다. 1976년 10월 14일 21시 관측 자료가 있으며, 이날 관측 기구는 32.5km 상공까지 올라갔다. 사건 종료 두 시간 반 뒤다.

고도별로 바람이 물체를 밀어낸 방향은 다음과 같다.

높이물체가 흘러갔을 방향
1.5 km남쪽 (방위 180°)
3 km남쪽 (방위 165°)
5.7 km남동쪽 (방위 130°)
8 km남동쪽 (방위 120°)
9.3 km거의 정동쪽 (방위 85°)
12 km거의 정동쪽 (방위 80°)
15 km거의 정동쪽 (방위 80°)
18.5 km거의 정동쪽 (방위 80°)

8km와 9km 사이에서 바람이 꺾인다. 낮은 하늘은 남쪽으로, 높은 하늘은 동쪽으로 불고 있었다.

목격자들이 본 진행 방향은 동쪽이다. 물체가 2~5km 정도의 낮은 고도에 있었다면 그날 바람으로는 남쪽으로 흘러갔어야 한다. 동쪽으로 갔다면 9km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는 뜻이 된다.

햇빛 계산으로 나온 하한(8.6km)과 실측 바람으로 나온 하한(9km)은 서로 독립적인 방법인데 같은 값을 낸다. 진행 방위도 증언에서 계산한 80°와 실측 바람의 80°가 일치한다.

5. 목격자 ② — 대열이 퍼져 있었다

두 번째 목격자는 청와대 정문 앞에서 북악산 쪽 하늘을 봤다.

2차 사격이 있던 같은 시각에, ①은 금화산에서 서쪽 하늘을, ②는 청와대에서 북쪽 하늘을, ③은 필운동에서 동쪽 하늘을 봤다. 세 사람은 서로 3km 안에 있었는데 각각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물체가 한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다. 열두 개가 하늘에 넓게 분포해 있었고 세 사람이 각각 다른 개체를 봤다고 보는 편이 맞다.

6. 군의 탐지 수단은 레이더

1차 사격은 17시 30분, 태양 고도가 아직 +4.4°인 주간에 있었다. 이때 물체를 눈으로 본 사람은 등장하지 않았다. 3차 사격은 18시 38분으로, 그림자가 60km 상공까지 올라와 물체가 전부 꺼진 뒤다. 역시 목격자가 없다. 두 경우 모두 사람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사격이 이뤄졌다.

당시 기사에 레이더에 뭔가 잡혔다는 내용이 있다. 군은 시각이 아니라 레이더로 표적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목격자들보다 먼저 대응했고 물체가 꺼진 뒤에도 계속 사격할 수 있었다.

이건 물체의 성질도 하나 알려준다. 레이더에 잡히려면 전파를 반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얇은 비닐 기구 자체는 반사가 약하므로, 금속 반사판이나 장비를 매달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7. 덧붙임 — "남하 후 북서쪽 소멸" 이야기에 대해

방송에 나온 세 목격자와 별개로, 물체가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북서쪽으로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앞의 결론과 방향이 반대로 보인다. 그날 바람은 지상부터 32km까지 어느 고도에도 물체를 북서쪽으로 밀어낼 성분이 없었다.

다만 관측 지점을 바꾸면 모순이 아니다. 방송에 등장한 세 목격자는 전부 서울 종로의 서북부, 즉 대열 아래나 그 근처에 있었다. 서울 동남쪽에서 본 사람에게는 다른 그림이 된다.

대열이 도심 상공에 있을 때 동남쪽으로 30km 떨어진 지점에서는 물체가 북서쪽 하늘 높은 곳에 보인다. 동쪽 개체부터 차례로 꺼지면서 남은 불빛이 서쪽으로 물러나면 방위는 북서쪽에서 서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앙각은 28°에서 10°로 낮아진다. 높은 곳에 있던 불빛이 북서쪽으로 밀려나며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대열이 아직 서쪽에서 접근 중일 때는 물체가 북서쪽에 있다가 점점 북쪽으로 방위가 돌아오는데, 이걸 남쪽으로 내려온다고 기술할 수 있다.

같은 사건을 도심에서 본 사람과 외곽에서 본 사람이 다르게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이야기는 익명으로 전해진 것이라 누가 어디서 봤는지 확인할 수 없어 이 글의 근거로는 쓰지 않았다. 결론이 선 뒤에 부수적으로 설명되는 부분이다.


결론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항목값
고도9 ~ 20 km
개수12개, 같은 간격의 점광원
진행 방향서쪽 → 동쪽 (방위 80°)
광원자체 발광이 아닌 햇빛 반사
분포하늘에 넓게 퍼짐
레이더포착됨
미격추 이유20mm 탄의 도달 고도가 4~5km

고도 9~20km에서 바람에 실려 이동하고, 조종되지 않았으며, 햇빛을 반사하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한 시간 넘게 떠 있던 물체다.

항공기는 바람에 실려 다니지 않고 그 고도에서 한 시간 동안 간격을 유지하지도 않는다. 조명탄은 연소 시간이 3~5분이고 하강만 한다. 천체는 열두 개가 함께 동쪽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1970년대에 이 고도를 이런 방식으로 떠다닐 수 있는 인공물은 기구뿐이다.

정체와 목적에 대한 추정

여기서부터는 검증되지 않은 추정이다. 다만 운행 방식에서 몇 가지는 읽을 수 있다.

열두 개가 같은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고 레이더에 잡히는 물건을 달고 있었다. 사고로 유실됐거나 우연히 몰려온 것으로는 이런 배치가 나오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띄운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고고도 기구에는 전자장비도 정밀 부품도 특수 소재도 필요 없다. 폴리에틸렌 필름과 수소, 그리고 시계면 된다. 1970년대 기준으로도 진입 장벽이 낮다. 오히려 삐라 살포용 기구가 더 복잡하다. 정해진 고도에서 살포하는 타이머 장치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삐라용은 아니었을 것이다. 전단 살포 기구는 보통 2~5km에서 운용한다. 9km가 넘으면 살포물의 낙하 지점을 통제할 수 없다.

열두 개를 띄웠다는 점도 정보다. 바람 관측이나 단순 정찰이라면 하나로 충분하다. 여러 개가 필요한 목적은 몇 가지로 좁혀진다. 방공망의 반응을 반복 확인하거나, 레이더 표적을 늘려 혼란을 주거나, 넓은 지역을 시간차로 통과시키는 경우다. 셋 다 상대 방공망을 대상으로 한 행위라는 공통점이 있고, 레이더 반사체를 달았다는 정황이 이쪽을 가리킨다. 순수한 관측이라면 남의 방공망에 걸릴 물건을 굳이 매달 이유가 없다.

서에서 동으로 이동했으므로 출발점은 서울 서쪽, 서해나 그 너머다.

여기까지가 관측 자료에서 끌어낼 수 있는 범위다. 누가 띄웠는지, 무엇을 노렸는지는 남은 자료로 확인할 수 없다. 레이더 기록은 남지 않았고 잔해도 없다.


참고
  • 태양 고도·지구 그림자 높이: 1976년 10월 14일 서울(37.57°N, 126.98°E) 기준 직접 계산. 대기 굴절과 태양 반지름 보정 포함
  • 고도별 바람: NOAA 통합 라디오존데 아카이브(IGRA), 오산 관측소(KSM00047122) 1976년 10월 14일 12Z 실측값 자료: https://www.ncei.noaa.gov/products/weather-balloon/integrated-global-radiosonde-archive
  • 목격 증언: 2020년 방송 및 관련 보도로 알려진 목격자 진술
  • "정체와 목적에 대한 추정" 이하는 검증된 사실이 아니다
  • 계산에는 AI(클로드 Opus 5 High)가 활용됨